티스토리 뷰

최종 면접

드디어 최종면접 단계까지 왔다. 1차면접 합격통보후 2주후에 최종면접 일정이 잡혔다. 실무면접에서 아쉬운 답변을 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복기를 했고, 또다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정리하고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나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종면접을 봤다. 면접자리에는 기술임원 1분과 인사팀 1분이 나왔다. 주로 인성과 관련된 질문이 많았고, 가벼운 기술 질문들을 한두개 던졌다. 그리고 최근에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거짓하나없이 진심을 담아 진솔한 면접을 보고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하고싶은 말을 거의 다 쏟아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 와이프와 저녁을 먹으며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좋다. 될 것 같다" 고 이야기하며, 소주한잔하며 뒷풀이를 했다.

최종 면접 불합격 통보

최종면접을 보고 난 후 결과발표가 날때까지의 시간은 정말.. 괴로운 시간인 것 같다.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사이트에서 '면접 합격 신호', '면접 합격 시그널', '최종 합격한 사람들의 공통점' 등과 같은 온갖 키워드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희망에 부분 채 행복회로를 풀가동했다. 이제는 되겠지하면서 면접결과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게 3일이 지난 후 최종면접 결과 메일이 날아왔다. 결과의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
면접을 통해 보여주신 열정을 바탕으로,
OOO님과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을 신중하게 검토하였으나,
아쉽게도 이번 포지션에서는 좋은 결과를 전달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메일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등골이 쌔한 느낌이랄까? 평생 이런 느낌, 감정은 처음 느껴본것 같다. 나는 정말 진심을 담아서 모든것을 쏟아내었는데... 메일을 수도없이 반복해서 읽어보며 2달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헛되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이제까지의 내 자신이 모두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나는 책임져야할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고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면서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날 저녁 와이프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최종면접에서 불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와이프는 다시 한번 위로주를 권하며 탈탈 털어버리고 다시 다른데 더 지원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최종에서 떨어진건 내탓이 아니라고 위로 해주었다. 그 위로의 말이 너무나 고마웠다. 그리고 너무나도 미안했다. 이런 감정들을 어딘가에 이야기해서 풀고 싶었다. 우테캠프로 동기들의 단톡방에 이 서러움을 그대로 다 풀어버렸다. 동기들은 다들 안타깝게 바라보며 위로해주는 말한마디씩 전해주었다. 고마웠다.

지인소개로 스타트업으로 이직 고려

최종면접에서 불합격하고 다른 길을 찾아봐야했다. OOO사의 채용과정처럼 오랜시간이 소요되는 채용과정을 다시 반복하기는 어려웠다. 이전 회사를 퇴사하고난지 약 3개월이 되어갔다. 와이프에 의지해서 구직활동을 하는것도 더이상은 하기 미안했고, 어디라도 우선 들어가고나서 다음번 기회를 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던 지인(형)이 자신이 들어온 스타트업회사에 오지 않겠냐는 제의를 해왔다. 지인은 내가 개발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시기때부터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었기때문에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아는 선배였다. 처우도 잘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대신 열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올해 10월에 양재에 있던 회사가 수원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수원이라면 현재 내가 사는집에서 멀어도 너무 먼 거리였다. 도저히 출퇴근을 하기에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할 시간을 좀 달라고 했다. (이미 속으로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면접 제의

그렇게 최종면접 결과에 대해 상심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을 찰나에, OOO사에서 다시 전화연락이 왔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지난주 최종면접에서 불합격하신건 해당 직무에 적합해보이지 않아서 그런것이다. OOO팀에서 현재 경력직 공채중인데 해당 직무로 다시 지원해보실 생각이 있냐는 것이었다. (아니.. 그런거였으면 불합격 통보를 하지 말고, 다른팀 재지원 제의 메일을 보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체험하기도 아니고.. 어떤 계기로 제의를 한것인지 내부사정은 모를일이었다.) 나는 상세한내용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재지원해보겠다는 답변을 했다. 사실 해당직무를 내가 선택했던것도 아니었다. 원티드 플랫폼에서 지원할때 지원직무를 선택하는 항목은 없었고 그냥 웹개발 백엔드 직무라고만 쓰여있었다. 인사팀에서 내 이력을 보고 판단하여 적합한 팀으로 연결해준 것이었다. 암튼 최종문턱까지 가서 떨어진 아쉬움이 컷던지라, 다시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것에 기쁘고 설레였다. 앞선 채용과정들은 모두 스킵하고 최종면접만 다시 보면 된다는 말까지 해주었다. 게다가 내가 성과를 더 잘낼 수 있을만한 포지션으로 재추천을 해준다니.. 먼가 느낌이 좋았다.

2번째 최종면접

2번째 최종면접은 재지원한 팀의 그룹장님과 면접을 다시 진행했다. 그리고 인사팀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면접볼때는 인사팀장인줄 몰랐지만, 처우협상때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주요이슈는 이직사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기술관련 질문도 조금 있었다. 해당팀은 오래된 레거시를 운영하는 팀이었는데 MSA로 전환을 하고 있는 팀이었다. 리팩토링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고, 이전 XXXX 면접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여기서 풀어냈다. 리팩토링에서 테스트코드의 중요성과 스트랭글러패턴등 하고싶은말 다 쏟아냈다ㅋㅋ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할때 레거시와 신규서비스가 공존하며 운영을 하게 될 때 DB는 어떻게 공유를 하는게 좋겟냐는 질문이 나왔다. 나는 이전에 "마이크로서비스 도입 이렇게 한다" 라는 책을 읽어본적이 있다. 정독은 하지 않았고 겉핧기식으로 쭉 읽었었는데, 거기에서 VIEW를 이용해서 새로운 서비스에서 임시로 사용하다가 나중에 DB전체를 마이그레이션하면서 이전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억을 하고 있었고 그 내용으로 답변을 했다. 그럼 데이터 추가와 수정은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도 이어졌는데, 좋은 방법을 찾기위해 다양하게 고민해봐야겠지만 view 에는 insert 하기 어려우니 레거시 시스템에 등록과 수정을 하는 임시 api를 만들어서 동시 운영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정말 실무에서 같이 고민해볼법한 질문들을 던져서 내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또한 인사팀장은 이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수준을 물어보기도 했다. 이 질문을 받았을때 "아 나를 이제는 정말 뽑으려고 하는가 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궁금한것 있으면 물어보라고 해서 나에게 기대하는 역량과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고, 회사에서 git flow 전략으로 운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관리자와 주니어사이의 허리를 담당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년차가 있다보니 개발역량도 중요하지만 주니어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역량도 요구했다. git flow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고, 활발한 코드리뷰를 하고 있다고 답변해주었다.

최종합격

2번째 최종면접을 보고 난 다음날 인사팀장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합격발표를 하기전이지만, 채용과정을 계속해서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상호공감을 가져야할 부분이 있다는 말로 시작했다. 본론은 이전 직장에서 받던 처우를 우리 회사에서는 맞춰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느정도 연봉하향조정이 가능한지 의사를 물어보았다. (이후의 처우협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진 않겠다.)

연봉협상 결렬(?)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오퍼레터를 받게 되었고 입사를 포기할까 말까 고민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제는 정말 내가 익숙한 SI 환경으로 다시 돌아가야하나보다.. 하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을 하고 포지션 제안받기를 다시 활성화시켰다. 오픈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수도 없이 많은 포지션 제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부분 SI 프로젝트 제안이 많았고, 몇몇의 솔루션회사, 스타트업들도 제안을 해왔다.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경험과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만한 회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찾아보는 과정에서 프리랜서들의 SI 단가가 꽤 많이 오른것을 알 수 있었다. SI 업계에서는 개발자에 대한 처우를 경력기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나는 고급기술자에 포함이 된다. 고급단가가 상당히 쌘곳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 집에서 가깝고, 내가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1년짜리 프로젝트가 눈에 들어왔다. 기간도 적지 않은 쇼핑몰 프로젝트였는데 면접은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안에 응했고 면접까지 보게 되었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건물이 새 건물이었다. 일단 회사건물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회사에 방문하니 회사의 대표님이 계셨고, 대표님과 면접을 진행했다. 대표님은 개발자출신이었고, 지금도 개발을 손에서 놓고 있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튼 이런저런 기술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말이 잘 통하는것 같았다. 이런 개발자스런 마인드를 가진, 아니 개발자인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라면 SI라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접자리에서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해 한치의 거짓없이 솔직하게 모두 이야기 했다. 서비스회사에 최종합격하여 처우협상중인 단계인데 아무래도 결렬될 것 같다고 말했고, 결렬되면 이곳에 와서 일하겠다고 하고 면접을 마쳤다.

최종 오퍼

오퍼레터를 받고나서, 나에게 제안한 오퍼가 왜 불합리한지에 대한 내용을 구구절절이 작성해서 채용팀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는 이번 이직이 돈이 목적이 아님을 강조했고 경력자로서 최소한의 처우는 해달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그냥 "이 연봉 아니면 안가요" 하고 말것 그랬나 싶다.. 후회스럽다. 구질구질해보였다 ㅠㅠ

최종 처우협상 타결

뉴스에서나보던 대기업들의 연봉협상을 위한 투쟁과 결렬, 그리고 타결 소식들.. 내가 지금 그 비슷한걸 하고 있구나 싶었다. 결국 내가 요구한 최소조건에 맞춰주겠다는 메일이 왔다. 썩 만족스럽지 않은 처우였지만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내가 원했던 환경. 내가 바랬던 개발문화, 내가 개발자로서 이루고자하는 비전과 성과에 대한 기회를 찾기 위함이 이번 이직의 주 목표였다. 그렇게 나는 길고 긴 과정을 거쳐서 SI 프리랜서 개발자로서의 삶을 청산하고 IT서비스회사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글을 마치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아직 첫 출근하기전이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부터 첫출근을 한다.
앞으로 서비스회사에 들어가서 경험하고 느끼는 점들을 시간날때마다 정리해서 포스팅해보려고 한다.
블로그는 일기처럼.. 쓰다보니 글쓰는 재미도 있는것 같다.
쓴글을 계속해서 다시 읽어보고 수정하고...반복.. 개발하면서 리팩토링하는 기분이 든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