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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i 프리랜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서비스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si 환경에서 매너리즘을 느끼고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을 해보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개발자로서 제대로 성장했는지, 성장하고 있는지 의문

내가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따져보니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정말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다고 할수 있지만 현재 나의 실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경력 대비 실력을 제대로 쌓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 스스로 잘 성장해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동안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항상 무언가에 굶주린듯 한쪽 구석이 허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프리랜서 생활을 선호했던 이유

나는 작은 si 회사에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엔 si가 뭔지도 몰랐고, 그저 어려서 게임을 좋아했고, 컴퓨터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컴퓨터를 가지고 무언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직업을 갖게 되어 만족해했었다. 처음 입사한 회사는 1년도 채 되기 전에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두번째 회사에서는 꽤 오랫동안 다녔는데 이곳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보고 배울 수 있는 선임들이 있어서 개발자로서 가장 큰 성장의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두 번째 회사는 지방의 공공기관을 위주로 SI사업을 하는 회사였는데 어느 정도 짬이 차니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다. 매번 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성장의 한계를 느꼈다. 다른 환경의 개발자들은 어떻게 일할까? 다른 회사들은 어떤 체계를 가지고 일을 할까? 매우 궁금해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다양한 환경에서의 경험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프리랜서의 생활을 선호하게 되었다. 프리랜서는 공실만 없다면 정규직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도 있고, 항상 시작과 끝이 있어서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갖고 마무리만 잘 지으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나의 성향에 맞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좋은 환경을 찾게 될 것이고 그때 그런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에 들어가자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환경의 시스템, 아키텍처, 그리고 다양한 고객과 동료들을 만나서 일해보는 경험. 이런 것들이 축적되다 보면 뛰어난 실력의 개발자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넓고 얕은 지식과 경험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는데 혹자는 개발자라면 한 분야의 지식을 깊이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부분 동의하긴 하지만 꼭 얕고 넓게 쌓은 지식과 경험들이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사람마다 파고드는 깊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그동안의 경험들이 현재의 나를 있게 해준 나름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변화

최근에 와서는 생각의 변화를 갖게 되었다. 몇 년전부터 IT서비스회사들은 자체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였는데 블로그에서 공유하는 지식들은 현재 나의 환경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지식들이 대부분이었고, 기술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재 생활에 안주해 하며 그냥 그런저런 개발자로의 삶을 지속해서 살아왔다. 이제는 개발자로서 꾸준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개발자 수요 폭증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관련한 사업들과 IT기술들의 수요가 폭증하게 됨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다른 직종의 종사자들은 코로나 때문에 급여가 깎이거나 퇴직, 폐업을 하는데 비해 IT업계는 역대급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월화수목금금금이라며 주말도 없고 매일같이 야근에 철야를 해야 하는 3D업종이라며 기피하는 직업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 180도 달라졌다. 너도나도 개발자가 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왜 서비스회사로 이직을 하고 싶었나?

최근 개발자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는 대부분 소위 네카라쿠배라 하는 IT서비스 회사들인 것 같다. 이런 서비스 회사들은 일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개발도 하고 운영도 한다. 아무래도 고객의 원하는 요구사항에 따라 정해진 범위의 일만하고 끝나는 SI 와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무리한 고객의 요구로 인한 일정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개발한 후 유지보수는 내가 할 확률이 높지 않으니 일단 기능만 잘 돌아가게 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테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일단 돌아만 가면 됐지 뭐. 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지. 지금은 그렇지 않은지. 그리고 동료와의 협업은? 코드리뷰는? 항상 일정에 쫓기는데 코드리뷰할 시간과 여유가 있을까. SI 프로젝트의 PM한테 우린 코드리뷰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그리고 프로젝트 기간이 끝나면 서로 제 갈 길 가고 계속 같이 일할 사람도 아닌데, 동료와 함께 미래를 보고 성장을 해나간다? 협업 관계를 중요시한다? 쓸모없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결국 내 할일만 챙기게 된다. 사람이 이기적인 성향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특정 집단에 소속되는것을 좋아하지 않고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며 다른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길 나누거나 감정 공유,소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인 사람이라면 프리랜서가 맞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아웃사이더 성향의 개발자들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평범한 사람으로서 뛰어난 개발자로서의 성장을 원한다면 아웃사이더 성향보다는 열린마인드와 동료들과의 관계, 협업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더 뛰어난 개발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기업들은 그런 인재상을 바라고 있다.

SI는 정말 개발자의 무덤인가?

SI는 결국 고객에게 돈을 받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해야할 일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고객에게 일을 받은 업체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최소한의 비용만 들여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범위 내의 업무량보다 더 많은 일을 해주려고 하면 보상 없이 일해주는 미련한 바보라는 소릴 듣는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언가 개선해보려는 사람도 수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이는데도 미루게 되고 결국 하지 않게 된다. 최악의 경우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시킨 일도 제대로 못 하는 사람 많타), 본인의 업무 외의 일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성향의 개발자로 전락한다. 어떤이들은 SI가 개발자의 무덤이라는 표현까지 한다. 나는 이 말에 100% 동의하진 않지만, 수동적인 성향의 개발자가 되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발자로서 욕심이 있고 기술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가능한한 SI보다는 서비스회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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